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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 (Rocky, 1976)
감상 | 2005. 8. 4. 15:13
-이 글은 본인이 2003년 8월 1일에 다른 인터넷매체에 게시했던 Sylvester Stallone 주연의 영화 "Rocky" 에 대한 글을 재편집한 것임을 밝힙니다. 영화 내용에 관한 언급은 최소화되어 있으므로 스포일러의 우려 없이 보실 수 있습니다.



DVD롬을 하나 얻게 되어 테스트를 할 생각으로 비디오가게의 DVD타이틀 코너를 뒤졌다.

타이틀을 전부 훑어본 후 압축된 후보는 록키와 빠삐용.

록키 시리즈가 1편부터 5편까지 모두 있어서 연속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고로 빠삐용을 다음 기회로 미루고 록키 1편을 집어왔다.

DVD타이틀을 처음 감상하는지라 VHS테이프에 들어가지 않는 SPECIAL FEATURES를 먼저 보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25년 전(2000년 현재 기준-록키 1편은 1975년 개봉했다. DVD출시를 위한 회고영상 작성이 2000년이던 것 같다.)이 영화를 통해 출세길을 걷게 된 실베스터 스탤론의 30여분간의 회고는 영화 자체보다도 더 드라마틱했다.

많이 알려져있는 사실이지만 스탤론은 록키를 통해 알려지기 직전까지 소위 밑바닥인생을 전전하던 사람이다. 그는 생계를 영위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장의사 사무소에서 시체닦는 일도 했다는 스탤론은 25년전의 이야기를 하며 당시의 경제적 어려움을 회고한다.

당시 30세의 스탤론, 아내는 임신했는데 통장 잔고는 106달러밖에 남아있지 않았고, 돈이 없어 키우던 개 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술회한다. 세들어 살던집은 침대에 앉은채로 창문을 열 수 있을 정도였지만 안에서 뭘 하건 아무도 뭐라않는 집 안에서 그는 기회를 잡기 위해 영화 각본을 썼다.

DVD를 보고 확인해서 안 사실이지만 록키의 대본은 바로 스탤론 본인이 썼다. 사람들은 굿 윌 헌팅의 각본을 쓰고 스스로 주연한 맷 데이먼이 대단하다고 말하지만 그건 맷 데이먼에게 하바드대 문예창작과 출신이란 배경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이름을 얻은 것일것이다. 반대로 스탤론은 록키 이후 람보 시리즈에 출연하며 미국형 근육전사의 이미지를 너무 강하게 보여 시쳇말로 "머리속까지 근육" 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사람들이 그에게 문예적인 재능이라곤 전혀 없을것이라고 쉽게 생각해버리게 된 것이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꿈을 잃지않고 노력한 스탤론쪽이 더 대단해 보이는 것은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다시한번 뼈아프게 느끼는 발견이었다.

미국이란 기회의 땅에서 덤비고 또 덤벼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아 노력을 다해 성공을 얻는다는 록키의 스토리는 스탤론 개인의 성공담이기도 하다. 단역 출연을 위해 오디션을 보러 다니던 그는 제작자에게 자신이 쓴 대본이 있다고 말했고 제작자의 "그래? 그럼 한 번 가져와 보게." 라는 한 마디가 세계적 영화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을 만들었다.

회고 처음부분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의 술회에서 "괜찮아요. 이런게 다 추억이죠."라고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과 마지막 부분의 "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계속 노력해보라고 충고합니다. 어떤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잖아요." 라며 특유의 미소로 웃어보이는 스탤론의 모습은 어떤 충고나 경구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영화의 제작에 관한 뒷 이야기들도 재미있다. 제작비가 적어 스탤론의 아버지와 남동생이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고 훈련을 위해 동네를 뛰어다닐때 과일장사가 과일을 던져주는 장면이 전혀 각본에 없던 장면이라던가(당시 무명이었던 스탤론을 진짜 운동선수로 보고 열의가 대단하다 생각되어 던져 주었다고 생각된다.)상대인 아폴로 크리드역의 칼 웨더스와 촬영 전 스파링을 해 보는 8mm기록필름(촬영을 위한 연습으로 한 것이지만 진짜 얼굴 부어터지도록 치고 받는다.)등의 여러 흥미로운 자료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마지막 시합의 촬영은 가장 짧은 시간이 걸렸지만 가장 긴 준비기간을 필요로 했기에(스탤론과 웨더스의 실제 스파링과 양 배우의 몸 만들기에 필요한 시간)맨 마지막으로 촬영했다는 감독의 회고를 듣고서야 영화내의 시간에 흐름에 따라 스탤론의 전체적인 인상이 변해가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스탤론은 촬영 내내 진짜 한 사람의 복서로서 생활했던 것이다.(연습 중의 실제 부상을 영화에 활용하는 재치까지 보인다. 극 중 애드리언에게 보이는 삐어 휘어버린 새끼손가락은 실제 연습 중 입은 부상에 의한 것이었다.)

람보 시리즈와 함께 그저 미국인들이 베트남전의 패배에서 다친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수단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선전하는 수단인 영화일 뿐이라는 깎아내리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괜시리 유명한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더불어 DVD의 SPECIAL FEATURES는 테이프 대여료의 3배가 넘는 DVD타이틀 대여료가 전혀 아깝지 않게 해 주었다.)

이제는 보기힘든 과거의 유명 영화들이 DVD로 재출시되어 그 이름값을 확인하기 쉬워진 것은 좋은 일이다. 몇 년전에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디어헌터를 찾으려고 비디오대여점 세 곳의 모든 비디오 테이프를 뒤져 겨우 찾아냈던 걸 생각하면 아찔하다. 결국 발견한곳은 오래된 영화로만 벽면 세곳을 가득채우는 초대형 비디오대여점이었다. 그 찾아낸 테이프도 제조년도가 80년대 초반의 화질이 극히 열악한 테이프였다. 이제 DVD덕분에 그럴 필요가 없게 된 것을 생각하면 새삼스레 21세기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21세기의 기술로 20세기의 영화를 보는 것은 결국 삶의 어떤 부분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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