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라는 여름날 밤의 마법은 기묘하게도 심신을 활성화시켜, 시간을 잊은 호르몬이 도는 육체는 - 조용하고 안락한, 보통이라면 기꺼워 마다 않을 - 침대 위를 버거워한다.
기계장치의 구동음과 같이 웅웅거리는 몸의 끊임없는 중얼거림에 자정이 넘은 시간에 밤의 어스름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번화가의 밤거리 속에 인영들을 지나치며 그들의 실루엣을 곁눈질로 쫒아, 평상시라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어떤 라인을 밟아본다.
그 순간 시야는 일변하여
거리를 걷는 그림자들의 발걸음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마치 다른 세상의 것 같아 그 뒤를 쫓으면 골목을 돌아선 순간에
그 그림자는
어디론가
사라져있을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휴일이 막 지난 탓이겠지, 단호한 그들의 내딛음은 이 장소에서 자주 보는 갈지자의 걸음과는 너무나도 격이 달라,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넘어가는 가라앉은 밤의 모습은,
열광으로 기울어 눈살이 찌푸려지는 하루 전 주말의 모습이 아득한 예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극이 끝난 무대를 홀로 바라보는듯한 느낌은 마음의 빈틈을 비집고 스믈스믈 들어와
자정이 넘은 카페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몇 번은 들었음직한 애잔한 피아노곡과 함께,
어떤 여름 날 밤은 어떤 곳 어딘가를 헤집어놓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