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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밤
생각 | 2003. 7. 9. 00:00
저녁뉴스에서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내일 내내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를 보며 비만 오면 늘 하는 야간산책을 기대하고 있었다.

내 어두운 방에서 이젠 밤이면 만성으로 찾아오는 답답함과 불안함에 뒤척이며 오늘은 비라도 내려 이 권태로움을 잊게 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저녁내내 기다린 비는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천둥번개와 함께 내리기 시작했다.

창 밖으로 백광이 일섬하는 순간, 천둥 소리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현관을 뛰쳐나갔다.

가까운 곳에서 벼락이 친 것이 아니라서 기대했던 만큼, 놀랄 만큼의 천둥 소리는 나지 않았다. 오히려 놀란 것은 그들의 하루 일을 마치고 주차장에서 쉬고 있던 자동차들 뿐.

그래도 기다렸던 비는 천둥번개와 함께 내가 기다린 시간만큼의 보상을 해 주었다.

구름이 낮게깔린 밤하늘로부터 고층건물들의 검은 실루엣이 붉은 눈빛을 빛내며 근위병처럼 서 있는 땅으로 내리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또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천둥과 함께 듣노라면 베토벤 교향곡을 듣는 것 보다 더 마음이 평정됨을 느낀다.

맞은 편 동의 불 켜진 집들을 보니 평소보다 더 많은 집에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비가 오는 밤이면 쉬이 잠못드는 것이 비단 나 뿐인 것은 아니었나보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비는 그들 모두를 적신다.
내리는 비에 내 가슴도 젖어든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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