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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드
생각 | 2002. 9. 13. 00:00
빈 라덴이나 기타등등의 이슬람 단체들이 미국에 대해 감정이 안 좋을 때마다 외치는 지하드(聖戰). 예전부터 뉴스에서 들었던 이 단어를 보며 이슬람의 "성스러운 전쟁" 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제 본 디스커버리 채널의 9.11 특집에서 이슬람과 지하드에 관한 내용을 보았는데 여기 지하드의 개념이 소개되었다.

창시자 마호메트에 의해 규정된 지하드의 개념은 "모든 사악한 것" 에 맞서 싸우는 것을 뜻한다. 이 "사악한 것" 이란 나쁜 이웃일수도 있고, 길가다 만난 도적일수도 있고, 이슬람의 입장에서의 이교도일수도 있다. 또한 "최상의 지하드는 자기 내면과의 싸움" 이라고 한 마호메트의 말을 생각해 보면, 지하드란 자신 내면의 악일수도 있다.

아랍 국가들이 대미항전을 주장하는 의미로서의 지하드는 미국을 이교도로서 간주하고 이슬람의 성지인 메카가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과 2차대전 이후의 영국과 미국의 중동지역에 대한 간섭에서 기인한다. 민족주의에 기인한 외세에 대한 반감을 지하드라는 종교적 개념에 대입시켜 표출하는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이런 지하드 자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미국의 내정간섭에 대해 민족 자결주의를 주장하는 것이니... "우린 미국 싫다!" 라는데 뭐 어쩔건가. 좋은놈은 좋은거고 싫은놈은 싫은거지...

그런데 이들이 "주장하는" 지하드 말고 "실행하는" 지하드가 좀 이상하다.

지난 9.11참사는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설도 있고 빈 라덴과 CIA의 합작품이라는 설도 있지만(심지어는 같은 아랍에서도 레바논 사람들같은 경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일단 아랍쪽에서 저지른 일이라고 가정하면 이들은 스스로 자기들의 종교교리를 어긴 것이다.

지하드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어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코란" 을 외치는 이슬람 답지않게 "아이와 여자, 항복하거나 무기를 손에들지 않은 군인" 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아프리카 예멘항에서의 정박중인 미 군함에 대한 보트를 이용한 자폭공격은 군함이 정박중이었지만 임무수행중으로 간주하고 군함 자체를 무기로 보아 지하드의 규칙을 지켰다고 하자. 대사관등의 해외 미 공관에 대한 폭탄공격은 뭐 전쟁중에 관공서는 군사적 목표가 되는 것이 상식이니 그렇다 치자. 하지만 WTC에 대해 민항기를 납치해서 카미카제식으로 돌격한 것은 앞에서 말한 지하드의 규칙 중 모든 남자를 군인으로 가정해도 명백히 "아이, 여자, 무기를 손에들지
않은 군인" 모두를 죽인 것이다. 이는 그들이 주장하는 지하드의 조건조차 지키지 않은 무차별 살상 행위이다. 이는 다른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명백한 테러이다.

전에 어디선가 "인간이 죽음의 공포를 초월하게 만드는 유일한 신념체계가 종교이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믿음이 바로 종교일 것이다. 빈 라덴이나 자살공격을 시도했던 테러범들 모두 자신의 신앙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에 대한 증오에 눈이 멀어 자신이 믿는 종교의 가르침을 무리하게 곡해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스터 키튼" 이란 만화를 보면 옛 이슬람의 영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있다. 그 영웅의 이름이 카리만이었나... 이슬람의 정복전쟁중의 군대의 대장이었던 그는 자신의 부하가 명령을 어기고 여자와 아이들을 죽이자 스스로 맨몸으로 사막에 들어간다. 신이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면 자신은 죽을 것이고, 신이 자신을 용서하면 살리라는 믿음으로 신께 죄를 고하기 위해 스스로 걸어들어간 열사의 사막. 그리고 그는 몇십일만에 사막에서 살아 나왔다고 한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다윗이 우리야의 아내를 범한 죄를 빌기 위해 스스로 지성소에 들어가 성궤에 손을 얹고 죄를 빌었다는 이야기와도 비슷하고 유치환 시인의 "생명의 서" 의 소재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이 이야기는 가르침을 어기는 것은 죽음을 기정사실로 각오하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 대죄라는 것을 말한다.

테러의 실행자들 스스로는 그 일을 시작할때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蛇足:
종교가 죽음을 초월한다는 이야기는 "용오" 라는 만화에서 나왔다. 그 이야기가 나오는 편에서는 인도의 한 마하라쟈(지방 군주)가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신의 영지를 공격한 일당들 중 하나를 잡았을 때 심문을 위해 그가 백정임을 알고 "네가 도살하는 방법으로 널 도살해 주마." 라며 머리의 살과 뼈 사이에 펌프로 압축공기를 불어넣음으로써 죽이겠다고 위협하지만 그는 내세가 약속되어 있다며 조금도 꿈쩍않는다. 주인공인 용오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에게 잘 대해주는 척 하며 시장한 그에게 카레를 권한다. 그의 입에 한 숟갈 떠어넣어주려는 찰나 용오는 그에게 "널 위해 준비한 특제 비프카레다." 라고 말한다.(힌두인들은 소를 신성시한다.) 먹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그의 입을 붙들고 한 입만 먹으면 시장함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먹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먹이려는 찰나, 어떤 죽음의 위협에도 꿈쩍않던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모두 다 말할테니 제발 그만해..." 라며
굴복한다.


비록 픽션이지만 종교가 무엇인지를 본 것 같은 충격을 받았던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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