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다
[난닉―]【형용사】
1. 얼굴이 눈에 익숙하다.
¶ 낯익은 얼굴.
2. 어떤 사물이 여러 번 보아서 눈에 익어 친숙한 느낌이 있다.
¶ 낯익은 거리.
이 사전적 의미는 틀렸다.
이 대로라면 매일 지나치는 풍경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낯익음'이라 해야 마땅할 것이다.
매일 아침의 등교 혹은 출근길에서 매일 아침마다 '낯익음'을 느낄 수 있는가.
그 일상성은 '익숙함'일 뿐, '낯익음' 따윈 없는 '무감동' 그 자체이다.
체험이란 무엇인가.
아이이던 시절 신비함으로 다가왔던 것은 시간의 흐름속에 체험을 반복하며 처음의 놀라움으로 가득했던 감동은 서서히 잊혀져가며 일상적인 일로 자리매김해 간다.
인간으로서 당연하게도, 우리는 첫 경험에서 느꼈던 감각은 경이를 일상으로 받아들여 무감동으로 전락시키고, 당연하다는 얼굴로 안정된 나날의 댓가로서 최초의 두근거림을 지워가는 것이다.
변화는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매일매일이 변화무쌍한 모험의 나날들이어선 매일매일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인것 만큼이나 견디기 힘들다.
어느 날, 있어선 안 될 장소를 있어선 안 될 시간에 발을 들여놓아 비일상에 발을 걸쳐본다.
그 무감동뿐인 익숙함을 파쇄하며 파도처럼 침범해오는, 익숙함조차 낯설게 만드는 '낯익음'은 그곳에 존재했다.
이젠 언제였던가 잘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 어느 날.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의 한낮은 시간을 뛰어넘어 그때와 같이 백광속에 하얗게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하쿠를 기억해내버린 치히로처럼, 차창 밖으로 역 플랫폼의 아카리를 목격한 타카키처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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