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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감상 | 2002. 7. 17. 00:00
일단 제목을 보면 주인공이 두 명이 아니냐 하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주인공은 한 명이다. 곳곳에 배어있는 일본 전통과 일본적 사고가 거슬리지 않게 동화적 상상력으로 승화시킨 감독의 역량이 돋보인다. 동시에 감독은 영화 곳곳에 현대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보인다.

주인공 치히로는 잦은 이사로 친구를 사귈 여유가 없어 친구가 없고 외동딸로 자란 응석받이로서 현대 아이들의 문제를 상징한다. 유바바는 탐욕스럽고 인정머리없는 마녀로서 물신주의를 상징한다. 어리광이 심해 자신이 걷고 말할 줄 안다는 사실을 엄마에게 숨긴 유바바의 거대한 아기는 너무 받들여져 자라 이기적이고 자기주장만 강한 아이들을 상징한다. 너무 오염된 탓에 오물신으로 오해당한 강의 신의 모습은 환경오염에 대한 은유이다. 황금을 뿌리며 대접을 받고 정감있고 욕심없는 치히로에게 집착을 보이는 얼굴없는 괴물은 황금만능주의와 그 안에서 진정한 인간관계에 목말라하는 외로운 현대인을 그리고 있다.

신들의 영역에 들어와 잘못 음식을 먹었다 돼지가 되 버린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서 어린 딸이 고난을 겪는다는 우리의 바리데기설화같은 설정은 감독의 의도성이 반영된 플롯이다. 감독은 현대인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이런 캐릭터들로 표현하고 그 캐릭터와의 갈등을 통해 문제상황과의 직면과 문제의 해결을 도출한다. 자신이 처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상징하는 캐릭터들과 치히로가 갈등관계를 이루는 것을 보며 관객은 자신을 주인공에 대입시키게 된다. 동시에, 치히로가 그 갈등을 이겨내고 자신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에 관객도 문제의 해결에 대한 의지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감독은 그 방법을 동화적인 반이성적 세계관에서 찾고 있다. 치히로가 하쿠의 이름을 찾아주면서 서로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과 기억하지 못했던 어린시절의 사건들을 말해주며 사실 모든 사람이 "아주 중요한 것"을 잊고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하며 그 중요한 것을 동화적인 캐릭터들에 투영시킴으로써 어린시절의 모습, 어린아이의 모습, 곧 인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함으로써 현대사회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타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은 상당히 우회적인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했다기 보다는 감독이 추구해 왔던 두 가지, 즉 동화적 재미와 비판적 메시지의 전달을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해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것은 동화적인 상상력이 암울한 현실을 밝게 비출 수 있을 것이라는 감독의 믿음이 더 공고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사는 모습이 동화처럼 밝고 따뜻하다면 그것처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 이상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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