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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도 파안대소할 꿈 이야기
생각 | 2006. 7. 25. 00:02
며칠 전, 늦은 새벽에 잠들어 오후에 겨우 일어난 날의 일.

뭔가 묘했던 그 날의 꿈.

꿈 속에서 이게 꿈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꿈 속의 여러 요소들을 대면하며 마음만 먹으면 내가 바로 일어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직감했다.
감각도 분명히 각성해 있는지 지금이 이미 정오가 지난, 흐린 날의 오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창문을 통해 눈꺼풀 위로 들어오는 입사량을 근거로 몸이 느끼고 있는 것이겠지.

여러 등장인물들이 있었지만 기억나는 특정 인물은 고교시절의 수학선생님.
처음 등장 직후 고압적으로 내려다보는 모습으로 변화하자마자 들었던 생각.

"이 양반, 틀림없이 키가 작았지. 그런데 이 만화적으로 왜곡된 구도...
...이거 꿈이로군."

그가 내 꿈에 왜 등장했는지, 왜 그 고압적으로 내려다보는 구도로 변했는지는 등장 순간부터 이미 알 고 있는 것이다.

꿈을 꾼 당사자에게 꿈을 해석하는 기법 몇 가지만 가르쳐 주면 그 당사자가 누구보다 자기 꿈을 잘 분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꿈속에서 내 시야에 잡힌 순간, 내가 고교시절 그에게 느꼈던 호의라던가, 그 수업시간의 기억, 졸업 후 전해들은 그에 대한 소문에 느꼈던 충격적 감각들, 그리고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어른이 학생의 입장에 선 소년에게 주는 압도적 감각을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 구성되고 연출된 장면이라는 것이 이해되었다.

...그 꿈속에서조차 눈 앞의 요소들을 나는 분석하고 있었다...

다른 요소들도 마찬가지로 하나같이 내 기억속에서 그 요소들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감각들을 그 장면에서의 연출로써 사용하기 위해 구성된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구성요소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나가는 동안 "이 꿈은 최근의 내 어떤 심리상태에 대해 해소작용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꿈이라는 현상을 분석하기 위한 이론과 그 탐구행위가 꿈 속에서 전개된 상황.
마치 연극을 관객의 입장이 아닌, 비평가의 입장에서 대본을 말아들고 시선에 날을 세운 채 배우들의 리허셜 현장을 둘러본 듯한 느낌.

심리학, 대학에 들어와 좀 오래 공부했더니 이런 것이 다 보이는군.

결론을 내리자, 눈이 뜨였다.

...살짝 열린 창 사이로 잔뜩 흐린 한낮의 하늘이 나를 엿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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