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조금만... 조금만 더 이렇게 있게 해 주세요..."

Pax 2006. 4. 25. 01:39


시신을... 옮기겠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렇게 있게 해 주세요...


길을 거닐다 이제는 벚꽃도 대부분 져 버렸고, 탐스러운 노란 꽃잎을 자랑하던 모란마저 지난 밤 찬바람에 꽃잎이 뚝 뚝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이제 스킨을 변경해야지 하고 관리자모드에 로그인하자마자 이 장면이 떠올라버리고 말았다.

떨어지는 꽃잎... 떨어지는 꽃잎...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